행복했던 가족의 갑작스러운 불행
한경배(설경구)는 유명한 방송국 앵커입니다. 아내 오지선(김남주)과 아들 상우와 함께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상우가 놀이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늦게까지 놀다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가족은 불안해졌습니다. 그때 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들, 찾고 싶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는 감정이 없는 기계적인 말투여서 무섭고 섬뜩합니다.
아들 상우를 유괴한 유괴범은 철저히 정체를 숨기며 집 전화로만 연락을 했습니다. 그는 경찰에 신고를 하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했고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몸값 1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한경배는 아무도 모르게 1억 원을 빌리기 위해 은행으로 갔고 그날 저녁에 유괴범에게 돈을 주기 위해 밖을 나서게 됩니다.
범인은 차량의 모든 문을 열어놓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한경배에게 이야기하지만 돌아가지 않고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이를 눈치챈 유괴범은 집으로 전화를 했고 전화를 받지 않자 아들을 죽이겠다며 다시 협박을 했습니다. 이후 장소를 계속 변경하며 다시 유괴범에게 돈을 전달하려 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걱정돼 아내 오지선이 경찰에게 신고를 해 경찰이 한경배를 쫓아갔습니다. 이를 알고 된 범은인 이후 나타나지 않고 잠적을 했습니다.
상우의 몸값을 포기하지 않고 유괴범은 다른 장소를 선택합니다. 63 빌딩 앞으로 갔다가 장소를 변경하는 유괴범 때문에 차문을 열어놓고 케이블카를 타게 됩니다. 이때 부부는 차로 접근하는 모자 쓴 한 남자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범인의 목소리
유괴범은 차와 몸값 1억을 가지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차 안에는 경찰 한 명이 트렁크 속에 잠입해 있었지만 범인에게 발각되어 구타를 당하기만 하고 범인을 잡지 못했습니다.
부모는 상우가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유괴범은 다시 연락해 1억 원을 더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돈을 더 준비해 놀이공원의 회전목마 앞에서 기다렸지만 상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속적으로 범인의 목소리를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당시 기술로는 정확한 수사와 신원 파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괴범이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부모는 매일 전화를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 후 44일째 되는 날 경찰로부터 “근처 하천에서 아이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습니다.”라는 전화 한 통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서울 잠실의 한 배수구에서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아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부검 결과 상우는 유괴 직 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어 가족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경찰은 끝까지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범인은 끝내 잡이지 않았습니다. 한경배는 방송을 통해 범인의 단서를 찾으려 했으나 범임의 모습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마디를 남기고 끝이 납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미제 사건으로 남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한경배가 앵커로 복귀해 자신의 아들이 유괴된 사실을 알리며 범인의 목소리를 공개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부모로서의 절박함과 언론인의 책임감이 같이 돋보였습니다.
극 중 “그놈,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당했듯이, 또 다른 아이가 희생되지 않도록…”이라는 대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바라는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영화 속 유괴범의 연출 방식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한 번도 화면에 등장하지 않았고 오직 목소리로만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차분하고 감정 없는 목소리만으로도 부모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으며 관객들에게도 공포심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깊은 여운을 느꼈습니다.
그놈은 누구였을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을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끝내 범인이 잡히진 않았지만 영화는 한 가지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 영화는 압구정동이형호 유괴살해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1991년 1월 29일 서울 압구정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형호 군은 집 앞 아파트 놀이터에서 유괴되었습니다. 유괴당한 이형호 군은 44일 후 한강 배수로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범인을 잡지 못한 여구 미제사건입니다. 범인이 끊임없는 협박전화로 부모를 괴롭히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정도로 지능적이고 치밀하여 큰 화제가 되었던 사건입니다.